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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자/2024

2024년 6번 - "모순" by 양귀자

by JoyfulS2 2024. 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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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쌤한테서 추천 받아 읽기 시작한 책!

양귀자하면 국어 교과서에서 실려 있는 '원미동 사람들'로만 알고 있는 작가였다. 한국 소설은 뭐랄까.. 예전에 학교 수업 시간에 공부하려고 읽었던 기억 밖에 없어서인지 선뜻 손이 가진 않았는데... 이 책은 그런 편견을 깨준 것 같다.


내가 주는 평점: ⭐⭐⭐⭐

일단 재밌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금방 다 읽은 걸 보면. 영어 리뷰에 자주 등장하는 page turner라는 단어가 딱 맞는 표현 같다.

한편으로는 문체가 조금 어색하게 느껴졌다. 평소에 내가 읽는 책들과는 거리가 꽤 있어서인 듯 하다. 나는 작가가 어떤 단어와 표현을 썼는지, 그 속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지를 생각하며, 말 자체의 맛을 음미할 수 있는 문학도는 아닌 것 같다. 난 그냥 직선적인 느낌의 간결한 어투를 좋아하고, 일상의 말투를 편하게 느끼는 것 같다. 보통 내가 읽는 장르가 스릴러, 로맨스 쪽이라서 더 그런 것도 있겠지만...ㅎㅎ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오랜만에 책을 읽다가 중간중간 멈춰 서서 특정 부분을 반복해 읽어보고, 내 삶에서 비슷한 경험을 찾아보며 사색했던 것 같다. 나라면 어땠을까 자꾸만 주인공의 입장에 대입해보기도 하고...

글의 설정과 딱 맞게 우리 엄마와 이모가 쌍둥이라서 그런지 더 신기하고 정감 가는 것도 있었다. 솔직히 이해가 안 되는 인물들도 천지였다. 저런 행동을, 저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을까 하는 답답함이 책을 읽는 내내 따라다녔지만.. 그럼에도 등장인물 하나하나에게 묘하게 정이 가서 미워할 수 없는 것 같다. 특히 진모가 되도 않게 똥품을 잡고 조직두목 위엄을 뽐낼때면 피식피식 웃음이 났다.

마지막 결말은 생각보다 더 충격적이었지만.. 이런 결말을 통해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서툴게나마 내 나름 이해한 것 같다. 결국 당사자가 아니면 그 속에 들어가 온전히 그의 인생을 살아 볼 수 없다면 어떤 인생도 내 기준에 따라 재단하면 안 된다. 또한 결말을 알 것 같으면서도, 내 선택의 여파를 알 것 같으면서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이 인간이다.

삶의 행복과 불행. 결국은 행복을 궁극적으로 추구하고 살아가는 우리지만, 우리의 삶 속에 사소한 불행은 어쩌면 필수적인 요소일지도 모른다는 이 모순. 솔직히 배부른 소리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어제와 오늘이 같고 오늘과 같은 평온한 내일이 무한으로 지속된다면 그 따분함을 나라고 마냥 즐길 수 있을까 싶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내 인생만큼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만큼은 세상의 풍파가 조금은 빗겨가길, 조금은 더 마냥 행복할 수 있길 바라게 되는 것도 어찌할 수 없다.

작가의 글귀들을 하나하나 좀 더 잘 이해하고 음미하고 싶었지만 난 그정도의 예술적 감수성은 없는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이런 사람이 작가라는 걸 하는 거구나 느낀 경험이었다.



삶의 어떤 교훈도 내 속에서 체험된 후가 아니면 절대 마음으로 들을 수 없다. 뜨거운 줄 알면서도 뜨거운 불 앞으로 다가가는 이 모순. 이 모순 때문에 내 삶은 발전할 것이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우이독경. 사람들은 모두 소의 귀를 가졌다.
소소한 불행과 대항하여 싸우는 일보다는 거대한 불행 앞에서 차라리 무릎을 꿇어버리는 것이 훨씬 더 견디기 쉬운 법이다.

그러나 내 어머니보다 이모를 더 사랑하는 이유도 바로 그 낭만성에 있음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사랑을 시작했고,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미워하게 된다는, 인간이란 존재의 한없는 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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