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직 생활을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부터 내 길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다.
내가 진짜 교사가 되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막연히 멋있어 보이고 안정적인 것 같아 이 길을 선택한 걸까.
고생 고생해서 임용고시를 합격하고 초등학교 때부터 꿈꾸던 직업을 갖게 되었지만,
나 스스로도 내 꿈에 확신이 없었던 것인지,
자꾸만 남의 떡이 커보이고, 내 일에 대한 불평 불만만 커져갔다.
우리 반 학생이 예의 없게 행동하고 자꾸만 엇나갈 때,
남들이 힘들어서 다 하기 싫다는 업무가 거절 못하는 나에게 자꾸만 넘어올 때,
행정 업무에 치이느라 내가 교사인지 행정 공무원인지 도무지 구별할 수 없을 때.
마음 속에서 내 일에 대한 자부심이 계속 사그러져 가다보니, 외부의 작은 어려움에도 자꾸만 회의감이 피어오르고 이 일을 계속 할 수 있을까 고민이 시작되었다.
유튜브로 '진로', '직업', '좋아하는 일 찾기' 등의 키워드를 넣어가며 이런 저런 영상을 뒤져보다가 그 중에 송길영님의 세바시 영상을 보게 되었고, 마음 속에 큰 울림을 느꼈다.
내 진로에 대한 고민도 고민이지만, 중3 담임을 할 때 학생들과 진로/진학 상담을 하다보면 솔직히 어떻게 말해주는게 이 친구의 미래에 정말 도움이 되는 일인지 나조차 알기 어려웠다.
세상은 자꾸 변하고 많은 일들이 기계로 대체된다고들 하지만, 내가 살아온 시대에는, 그리고 현재까지도 여전히 부를 이루고 잘 사는 것 같은 사람들은 일단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을 가고 소위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인데... 그런데도 나는 교사로서 학생들에게 니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하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게 정말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일까. 나조차도 뭐가 정답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영상에서 송길영님은 '미래에는 변화의 속도가 더 빠를 것이고, 남들이 좋다고 해서 그걸 따라하다가 중간쯤 가는 인재가 된다면 그거야말로 AI 혹은 다른 누군가에게 가장 빨리 대체되는 길'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깊이, 그리고 꾸준히 해나가며 진정성과 전문성을 키워나갈 때 언젠가는 나의 가치가 발견될 수 있다.'라고 말씀하셨다.
이 분의 영상을 이것저것 찾아보며 많은 깨달음이 있었고, 책을 통해 좀 더 깊이 있게 그 생각의 흐름을 쫓아가보자 생각했다. 그래서 이번해 첫 독서는 송길영 작가님의 '그냥 하지 말라. 당신의 모든 것이 메시지다'라는 책으로 시작했다.
인상 깊었던 구절들을 몇가지 아래에 정리해두고, 내 스스로 필요해질 때마다, 그리고 아이들과 상담할 때마다 꺼내 써야겠다.
소설사 윌리엄 깁슨은 이렇게 말하기도 했죠. "미래는 이미 와 있다. 다만 모두에게 균등하게 온 것은 아니다." ... 아직 내게 일어나지 않았다 해도 다른 이에게 일어나고 있는 변화라면, 언젠가 나에게도 일어나게 돼 있습니다.
송길영 (2021). "그냥 하지 말라, 당신의 모든 것이 메시지다". (주)북스톤(p.15)
알리는 게 아니라 별견되는 것. 내가 어떤 걸 전략적으로 의도한 게 아니라 그저 내 삶에서 건실하게 구현하고 있었는데 비로소 대세가 되는 것이죠.
송길영 (2021). "그냥 하지 말라, 당신의 모든 것이 메시지다". (주)북스톤(p.253)
근육을 키우기 위한 운동, 성장을 위한 삶을 사는 게 아니예요. 내가 삶에 꾸준히 적응한 결과가 성장이라는 생활근육으로 올라오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성장은 목표가 아니라 과정에서 훈장처럼 주어지는 것입니다.
송길영 (2021). "그냥 하지 말라, 당신의 모든 것이 메시지다". (주)북스톤(p.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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