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학기 동안 날 힘들게 했던, 그치만 괜스레 미운 정이 들었던 우리반 학생과
지난주에 다시 한번 크게 부딪히고 갈등이 생겼다....
당장이라도 뛰쳐나오고 싶었지만,,
난 어른이니까!! 꾹 참고 금요일까지 열심히 잘 버터냈다.
옆에서 지켜보고 위로를 해주던 내 짝궁 감자씨가
고맙게도 이번주 주말엔 혼자만의 시간을 좀 가지는 게 어떠냐고 말해줘서,
나 혼자 주말 서울 나들이를 다녀왔다.
토요일 오전 11시, 경동시장으로 가는 130번 버스는 조심하세요...
어젯밤부터 어딜갈까 고민에 고민을 했다.
집에서 좀 거리가 있어서 여행을 간 것 같은 느낌이 들면 좋겠고,
환승을 자주 하지 않아도 되는 곳이면 좋겠고,
버스 뒷자석에 앉아서 노래를 들으며 멍하니 창 밖을 오랫동안 내다 볼 수 있으면 좋겠고,
카페 테라스에 앉아서 푸른 하늘과 숲을 보며 커피를 조용히 마실 수 있는 곳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결정한 곳이 바로 강북 수유동에 있는 '419 카페 거리'이다.
그런데!
주말 오전 11시 130번 버스는 조금 실수였다...ㅋㅋ큐ㅠㅠㅠ
군자역 쪽에서 출발해서 경동시장까지 가는 동안,
아침 출근 시간보다 더 심각한 만원 버스를 경험했다...ㄷㄷ
버스 뒷자석에서 사색은 커녕...
서로 이리저리 부딪히고 더워서 땀을 삐질거리며 서 있었다 하하
그래도 동대문 쪽부터는 앉을 수 있었고 간만에 멀리까지 나온게 마냥 즐거웠다!
수유역에서 마을버스 '강북01'을 타고 15분 정도 더 달려, 목적지에 도착했다!
혼밥이 얼마 만이야.. 뻘쭘해서 열심히 먹었다!ㅎㅎ
원래는 카페로 바로 가서 케익이랑 커피를 먹을 예정이었는데,
생각보다 더 허기가 져서 급하게 식당을 찾아봤다.
나름 힐링 여행인데, 건강한 음식을 먹어야지 싶어서
'시래기 화덕 생선구이'라는 곳을 가려고 했다.
웨이팅도 있어서 이름을 일단 적고 네이버 리뷰를 좀 더 찾아보는데,
생각보다 불친절하다는 평이 너~~무 많아서 포기했다.
이런 날 괜히 기분 상하고 싶진 않으니까..!
그래서 대신 가게된 곳은 바로
'이레막국수돈까스'
혼밥이 대체 얼마 만이야...
주문하는 것도 낯설어서 쭈뼛대며 막국수를 달라고 말씀드렸다.
막국수, 계란국 같은 떡국, 김치 이렇게 한 상이 나온다.
난 그냥 '막국수 주세요.'라고 했는데,
비빔막국수가 나온 것 같다...ㅋㅋㅋㅋ
메뉴판에 비빔, 물 이렇게 구분이 없어서 몰랐다ㅠㅠ
옆자리 손님 분들이 '물 막국수' 주세요 하는 걸 듣고,,
아 저렇게 주문해야 하는구나 싶었다.
사진으로는 잘 안 느껴지는데,
정~~~말 푸짐하다. 양이 엄청 많다.
일단 요즘 서울에서 이런 가격에, 이런 인심이 없기 때문에
뭔가 마음이 푸근해졌고,
내가 좋아하는 새콤 달콤한 양념이라서 엄청 맛있게 잘 먹었다 ㅎㅎㅎ
특히 계란국에 떡 몇 개를 넣은 것 같은 저 떡국도
슴슴하게 맛있었다!
옆자리는 돈까스랑 막국수를 같이 시켰는데,
저 조합도 되게 괜찮을 것 같다.
나중에 감자씨랑 같이 오면 꼭 저렇게 시켜야겠다.
식당에 혼자 들어가서 이렇게 밥을 먹은 건 거의 2,3년 만인 것 같다.
뭔가 뻘쭘하고,, 어딜 보고 있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다 큰 어른인데 혼밥도 아직 서툴다...ㅎㅎㅎ
오랜만에 즐거운 경험이었다.
자연이 좋은 걸 보니, 그래도 어른이 되긴 했나보다!
막국수를 한 그릇 후루룩 하고,
조금 경사가 있는 언덕길을 걸어 올라가니
몽브루라는 카페가 있었다.
카페 몽브루
3층까지 있는 꽤나 큰 카페인데, 저 산 모양 심볼이 마음에 든다.
1층엔 카운터와 혼자 앉을 수 있는 창가 자리 몇개, 그리고 가게 뒤쪽 테라스 공간이 있다.
햇볕이 조금만 덜 셌다면 1층 테라스에 앉았을 것 같다.
케이크, 스콘 같은 디저트 메뉴도 많았다.
인심 그득한 막국수를 든든하게 먹고 와서 디저트는 포기했다..ㅎㅎ
시그니처 메뉴인 몽라떼를 먹어볼까 하다가..
많이 달 수 있다고 해서 패스! 그냥 아이스 라떼를 시켰다.
2층은 테라스는 아니지만, 테이블 옆에 저렇게 통창이 있어서 마음이 탁 트인다.
혼자 공부하거나 작업할 때 좋을 것 같다.
계단을 올라가는데, 날씨가 좋아서 그런가...
사진이 너무 분위기 있게 잘 찍힌다.
3층이 확실히 탁 트인 느낌~~
한 쪽에 야외 테라스 자리가 있다.
난 저 테라스 쇼파 자리에 앉아서(거의 누워서..?)
노래를 들으며 마음껏 정말 질릴 때까지 멍을 때렸다! ㅎㅎㅎ
가만히 눈 감고 있으면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온다.
초록색 잎들이 바람에 팔랑팔랑 흔들리는 걸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져...
학교 쌤 중에 한 분은 주말마다 무조건 어디로든 떠난다고 하시던데,
왜 그러시는지 조금 알 것 같다.
어지러운 마음이 정리되는 느낌이다!
솔직히 커피가 엄청 맛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테라스에서 여유롭게 커피 한 잔 하기엔 아주 좋은 곳인 것 같다!
답답할 땐 이렇게 혼자라도 좋으니 훌쩍 떠나기!!
거의 2년 만에 혼자 이런 시간을 보낸 것 같다.
누군가랑 함께하는 것도 참 즐겁고 행복한 일이지만,
가끔은 혼자서 이렇게 훌쩍 떠나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나중에 감자씨 데리고 한번 더 찾아와야겠다!ㅎㅎ
수유 419 카페 거리도 정복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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