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드디어!!! 마침내!!! 킥판 없이 자유형을 성공한 날이다.
물공포증에서 시작해서 서툴게나마 자유형을 할 수 있게 되다니.. 감격...
이런 역사적인 날을 기념하며, 내가 다니고 있는 수영장을 소개해보려고 한다.
우선 나의 '수영, 도전의 역사'를 이야기 해보면...
사실 지금 다니고 있는 수영장에 등록하기까지 이미 2번의 실패가 있었다..ㅎㅎㅎ
첫 시도는,, 대학교 2학년 때쯤인가..? (때는 바야흐로 2015년. 정말 시간이 무섭게 지나간다ㅠㅠ)
학교 근처 개운산 스포츠센터에 등록해서 수영을 배우기 시작했다.
문제는 엠티에서 술에 취해 화장실에 가다가 발목을 삐끗했고, 안 그래도 물이 무서운 왕초보인데 발목까지 아프다보니 한 없이 게을러졌다. 더군다나,, 이 센터는 학교 후문에서도 오르막길을 한 20분 정도 땀을 뻘뻘 흘리며 걸어가야 하는 곳에 있었다. 역시 운동하는 곳은 집이랑 가까워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두번째 시도는,, 이번해 초 겨울 방학 때였다.
한 달 정도 빡세게 하면 자유형 정도는 마스터할 수 있겠지 하는 생각으로, 아주 대담하게 새벽수영을 신청했다.
지금 사는 집에서 버스를 타고 10분만 나가면 되는 광나루역 광진구민체육센터에 다녔다.
주 5일(월화수목금) 오전 7:00~7:50 수업이었고 수강료는 77,000원으로 비교적 저렴했다.
새벽이라서 사람이 별로 없을 줄 알았는데, 다들 어찌나 부지런한지 새벽 타임에 운동을 하고 바로 출근하는 사람도 꽤 보였다.
처음엔 킥판을 잡고 엎드려서 발차기를 했는데 놀랍게도 발차기조차 어려웠다. 다리에 근육이 얼마나 없는지..ㅎㅎㅎ
난 정말 최선을 다해 차는데 선생님은 그걸로는 택도 없다며 계속 더 차라고 했다.
그렇게 일주일은 허리, 뒷허벅지 근육통을 앓으며 발차기 연습만 죽어라 했다.
두번째주부터는 웬일인지 발차기가 좀 더 쉬워졌고, 팔돌리기까지 진도가 나갔다.
문제는 오른쪽으로 롤링을 하며 호흡을 하는데 너무 긴장을 한 건지 목에 힘을 많이 줘서 담이 왔다ㅠㅠ
정말이지 인생에서 처음 겪어보는 고통이었다. 목에 있는 핏줄이 끊기는 느낌...?
결국 병원에 다니며 하루종일 침대에 누워있는 신세가 되었고 한달 동안 두통에 시달렸다.
이때 배운 교훈은 '초보 주제에 무리하지 말자'이다. 짧은 시간 안에 마스터하겠다는 생각에 추운 겨울 새벽마다 수영을 갔으니 몸이 성할리 없었다.
그러다가 올해 7월 초 여름방학을 앞두고 있었다.
사실 수영을 다시 할 생각은 딱히 없었는데 (지난 겨울에 목에 담이 와서 정말 너무 너무 너무 힘들었다ㅠㅠ 내 인생에 다신 수영은 없다고 생각했다 ㅋㅋㅋㅋ) 동료 선생님께서 수영을 배우기 시작했다는 말을 듣고 '아..나도 해볼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고 그날 바로 등록할 수 있는 수영장을 뒤졌다. 대부분의 수영장은, 특히 강습료가 싼 공립체육센터들은 보통 매달 말에 수강신청이 이미 끝난다. 그래서 내가 수영장을 뒤질 때쯤은 이미 수강신청이 다 완료되어 자리가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또 한번 꽂히면 해야하는 성격이라 집 근처 수영장을 마구 뒤지다가 지금 다니고 있는 '청구문화스포츠센터'를 발견했다.
이건 네이버에 검색해보면 나오는 '청구문화스포츠센터' 수영 프로그램표이다.
나는 이중에서 '성인수영' 월수금 저녁 8시 프로그램을 듣고 있다.
이전에 다녔던 두 개의 수영장과 비교해서 장단점을 설명해보면 대충 이러하다.
★ 장점
1. 달의 중간에도 등록이 가능하다.
(단, 내가 7월 11일에 등록을 했는데, 이때 하게 되면 이미 놓친 기간에 대해서도 그냥 한 달에 해당하는 비용을 내야 한다고 안내를 받았다. 8월 말까지 등록하면 해당하는 날만 카운트 된다고 해서 결국 175,000원을 내고 등록했다.)
2. 초급반 강사님이 친절하시다.
사실 이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광진구민체육센터에서 새벽수영을 다닐 때, 물론 강사님께서 친절하셨지만 많이 신경써주신다는 느낌은 거의 받지 못했다. 내가 너무 왕초보라서 딱히 가르칠 수 있는 부분이 없었던 건지도 모르겠지만..?ㅎㅎ 어쨌든 지금 다니고 있는 수영장의 강사 선생님은 그래도 한 사람 당 2번 정도는 일일이 봐주시고 자세를 교정해주셔서 아주 도움이 된다.
3. 저녁 8시 타임 강사 선생님이 여자 분이시다.
애매하긴 한데, 나에게는 큰 장점이었다. 예전에 다니던 수영장 강사님들은 다 남자 분들이셔서 사실 몸에 터치를 하고 자세를 잡아주긴 조금 어려우셨을 것 같은데, 이번 강사 선생님은 여자 분이셔서 몸통을 잡고 자세하게 피드백을 주신다bb
4. 수영 프로그램에 등록하면 자유수영이 무료이다.
이것도 정말 큰 장점이다. 정작 수영에 등록은 했는데 자꾸 약속이 생겨서 거의 2주 동안 수업에 빠진 적이 있다. 그래도 자유수영이 무료이기 때문에 화,목,토에 시간을 내어 따로 연습을 하러 자주 갔다. 특히 날씨가 너무 더울 때면 그냥 무작정 수영장에 가서 배운 것을 연습하곤 했다. 주로 오후 2~3시쯤에 갔는데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다. 한 레일 당 2~3명?
5. 물이 짜다. 이건 장점이라기 보단 그냥 신기한 점이었는데, 예전에 다니던 수영장과 다르게 물에서 짠 맛이 난다. 그래서 더 잘 뜨는 건지도 모르니까.. 일단 장점에 넣어보겠다!ㅎㅎ
☆ 단점
1. 시설이 다소 노후화 되었다. 광진구민체육센터 수영장은 정말 시설이 좋았다. 샤워실도 깔끔하고, 수영장 천장 높이가 높아서 탁 트인 느낌이었달까..? 지금 다니는 수영장은 청구초등학교에 붙어 있는데 상대적으로 건물이 오래된 느낌이다. 제일 처음 갔을 때는 천장이 낮은 것 같아서 조금 답답하다고 느껴졌다.
2. 밤에 다니면 수영장까지 들어가는 길이 조금 어둡다. 청구역 3번 출구로 나와서 5분 정도 걸어들어가야 하는데 수영을 끝내고 나올 때면 주변이 생각보다 어둡고 외져서 무섭다고 느껴진다. 지금은 적응이 되었지만 처음엔 조금 무서웠던 것 같다. 특히 비오는 날..!
3. 강습료가 싸지 않다. 광진구민체육센터에서 주 5일 수업을 들었을 때도 강습료가 77,000원이었는데 여기서는 주 3일 수업에 105,000원을 내야 한다. 한 달에 12번 정도 수업을 듣는 거라서 이것도 크게 비싼 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막상 비교해보면 또 비싸게 느껴지고 그런다. (만약 난 자유수영으로 뽕을 뽑을 수 있다! 신규등록이라 2+1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런 경우라면 그래도 다닐 만 하지 않을까 싶다.)
4. 준비운동 시간이 따로 없다. 광진구 수영장에 다닐 때는 수업 시작 전 5분 정도 다 같이 구령에 맞추어 준비 운동을 했는데 청구 수영장에서는 그런게 따로 없다. 그래서 만약 이 수영장을 다닐 생각이 있다면 집에서라도 가볍게 몸을 풀고 스트레칭을 하고 오는게 좋을 것 같다.
#참고
매달 마지막 날은 수업이 없다고 합니다. 단, 자유수영 입장은 가능하대요~~
■ 결론
장단점을 비교해봤을 때, 솔직히 나는 추천하는 편이다.
집이 청구역 근처라면, 그리고 물이 무서운 수영 초보라면 다녀볼 만 한 것 같다. 특히 강사 선생님께서 친절하게 잘 가르쳐주신다는 점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 (배영 처음 할 때 너무 무서웠는데 뒤에서 겁내지 말라고 잡아주셔서 아주 든든했다ㅎㅎ) 수심도 1.2m로 깊지 않아서, 호흡이 조금만 틀어져도 덜컥 겁부터 나는 나에겐 묘한 편안함을 준다. 프로그램에 등록하면 자유수영이 무료니까 시간적 여유가 있고 의지만 있다면 자주 가서 연습을 하기 좋은 곳이다.
만약 이미 수영을 어느정도 할 줄 알고 시설이 좋은 곳에 다니고 싶다면, 광진구민체육센터 수영장이 더 좋은 선택일지도 모르겠다. 확실히 시설이 깨끗하고, 기간만 놓치지 않는다면 싼 가격으로 등록할 수 있다.
※ 수린이를 위한 나름의 TIPS
1) 항상 출발하기 전에 준비물을 확인하세요.
기껏 준비해서 지하철 타고 청구역까지 가서, 샤워를 하고 수영복을 입는데 브라캡을 들고 오지 않아 샤워만 실컷 하고 돌아온 슬픈 경험이 있다ㅠㅠ 또 긴 머리인데 머리끈을 들고 오지 않아서 수모를 쓸 수 없었다는 슬픈 사연도....ㅠㅠㅠ
집을 나서기 전에 수영복, 수모, 수경, 브라캡, 수건, 머리끈, 샤워도구, 화장품, 센터 카드를 모두 챙겼는지 매번 확인하기!!!
@청구 수영장을 다닐 분들이라면,
2) 평일 자유수영은 시간을 잘 보세요.
토요일 자유 수영만 가다가 화요일에 처음 자유수영을 가겠다고 신나서 집을 나섰다. 그런데 이게 왠 날벼락인지..
평일은 토요일과 자유 수영 시간이 다르다ㅠㅠㅠ 토요일은 6:00~17:50 거의 온종일 오픈하지만, 평일엔 6:00~8:50, 13:00~21:50 이렇게 두 타임으로 나누어 운영한다. 평일 오전 10시에 수영을 하겠다고 나갔다가 3시간을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
3) 수영장 샤워실에 들어가기 전 공용 공간에 헤어드라이기가 비치되어 있다.
수영장 샤워실 안에 동전을 넣어 쓰는 헤어드라이기가 있는 것을 자주 보았는데, 여기는 조금 다르다. 샤워를 다 하고 나와서 키를 반납하기 전에 보이는 공용 공간에 3개 정도 드라이기가 비치되어 있다. 돈을 넣을 필요는 없고 그냥 무료로 사용이 가능하다. 처음엔 사람이 많아서 기다려야 하나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다들 빠르게 사용하고 휙 가버려서 불편함은 없다.
4) 온라인으로 수강 신청을 할 수 없으니 직접 센터로 찾아가세요.
제목엔 '수린이 탈출'이라고 적긴 했지만... 사실 아직 한참 부족한 초보이다 핳ㅎㅎ
원래는 자유형만 해도 소원이 없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꾸준히 배우다 보니 접영까지 욕심이 난다.
아직도 숨 쉬기 어려울 때마다 덜컥 겁이 나곤 하지만 수영은 정말 매력있는 스포츠인 것 같다.
특히 이렇게 더운 여름엔 수영장만큼 기분 좋은 피난처가 없다.
손가락, 발가락 사이로 물이 스쳐 지나가는 느낌, 중력을 거스르고 몸이 붕붕 뜨는 느낌은 매번 너무 기분이 좋다.
크게 욕심내지 말고 그냥 꾸준히 수업만 잘 들으러 가자! 현재로서는 이게 내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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